컬럼 / 이창근- 한국지역발전센터 원장 (전 서울대 교수)

 대통령의 신년사가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신년사에 따라 정부 모든 부처의 그해 정책 집행의 우선순위마저 조정되기 때문이다. 기업들 뿐 아니라 경제 5단체들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의 신년사를 통해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헤아리려 모든 가용자원들을 총동원한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신년사에 따라 그해 정책과 법제도 개선 방향, 산업경제의 흐름이 좌우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문재인 정부에 의한 작년 한해의 실질적인 경제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경제성장률 2.7%는 2012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제조업 성장세는 둔화되었고 건설업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하강국면에 진입했다. 작년 전체 고용률 또한 0.1%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취업자수 증가는 전년도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통령의 신년사를 보면 실물경제는 어려워 죽겠다는데 전혀 들리지가 않는가 보다. 심지어 김예령 기자는 “현실경제가 얼어붙고 국민들이 힘들어하며 희망을 버린 건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하다. 그럼에도 현 정책 기조를 안 바꾸고 변화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근거는 무엇인지”라고 돌직구 질문을 날렸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은 이미 충분히 드렸기 때문에 또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는 우이독경(牛耳讀經)식 답변을 내놓았다.

경제학자들조차 “대통령이 경제를 정말 알고 얘기하는 것인지, 경제 현안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신년사였다. 대통령의 신년사와 함께 대통령 뿐 아니라, 총리, 부총리, 비서실장 할 것 없이 주요 대기업을 만나고 경제현장을 찾고 있으나 이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냉랭한 것 같다. 이에 더하여 대통령 신년사에 등장한 35번의 경제, 29번의 성장, 21번의 혁신은 그야말로 렉토릭에 불과한 것 같다. 대통령의 신년사 이후 법무부는 후속조치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대한상의를 비롯해 재계가 수없이 재검토를 요청한 사안들을 일사천리로 추진할 모양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직격탄이 된 최저임금의 업종별 지역별 차등 건의도 실제로 거부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기반으로 공정경제를 강조한 나머지 대통령 주재 첫 경제장관회의의 명칭도 공정경제 장관회의다. 또다시 기업 옥죄기에 집중하는 논의의 장이 되는 것은 아닌지 민간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공공개혁, 노동개혁에 대한 언급은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단 한 단어도 단 한 구절도 찾아볼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더욱 비대해진 공공부문과 공공부문 노조는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둘 모양이다. 도가 넘은 민주노총의 행태 또한 여전히 묵과하고 갈 것인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는커녕 지금처럼 정부가 과도하게 노동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할지 두고 볼 일이다.

대통령의 신년사가 미흡하다, 자화자찬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몇 번의 경제성장 목표치를 하향 수정한 결과, 최종 2.7%의 경제성장률을 두고 대통령은 경제발전 국가 중 성장률이 가장 높다고 했으나 미국도 우리보다 높은 2.9%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것을 정말 모르고 있다는 것인가? 소득주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오히려 감소한 것을 정작 모르는 체 하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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