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최종윤- 더불어민주당 하남지역위원회 위원장

 사각 트렁크를 입은 권투선수의 주먹은 사각의 링에서 사용되어야 한다. 하나, 둘 내딛는 스텝과 가볍게 뻗는 잽, 우에서 좌로 가로지르는 훅 모두 링 밖에서 휘두르면 폭력이 된다. 더욱이 판사 재량에 따라 형량이 더 무겁게 가중 처벌될 수 있다. 수없이 단련된 복서의 주먹을 흉기에 가깝게 여기기 때문이다. 다만 특수폭행죄로 처벌된다는 말은 낭설이다. 현행법에서 주먹 자체는 위험한 물건이 아니다.

복서가 링을 떠나면 더 이상 복서가 아니다. 프로 정치인인 국회의원도 무대를 쉬이 떠나서는 안 된다. 애초 국회라는 무대에는 다양한 의정활동을 보장한다. 법안 발의부터 대정부질의, 국정감사, 예산심의는 물론 강연회, 토론회, 지역주민과 담소를 나누는 차담회 또한 의정활동의 영역이다. 거의 모두 국비를 지원한다. 아울러 본회의장에서의 의원 발언은 법적으로 보호받는다. 불체포특권도 있어 의원 신분일 때 여간해서는 수갑을 차지 않는다.

이러한 국회의원의 장외투쟁이란 단순히 장소의 차이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이 부여한 특권적 의정활동에 기대지 않고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 장외에서 상대에게 저항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때문에 그 선택이 무겁고 강력한 국민적 지지와 여론을 동반해야만 한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 집회가 대표적이다. 만약 장외에서 특권적 지위가 유지된다면 장외란 말이 무색하고 국민적 지지와 여론이 미약하다면 금방 동력을 잃고 이벤트로 끝날 공산이 크다.

약 3년 전 개회한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은 17번 국회를 보이콧하며 장외투쟁을 일삼았다. 총 35개월 동안 17번이니 2개월에 한 번 꼴이다. 국민의 여론을 업고 신중히 택해야할 장외투쟁을 무색케 만드는 대목이다.

운동선수 얘기로 돌아가면 추사랑 아빠 추성훈은 2007년 몸에 로션을 바르고 격투기 경기에 나갔다가 실격패를 당한 적이 있다. 사용이 금지된 로션이었기 때문이다.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프로 운동선수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실력만이 아님을 의미한다. 경기의 승부를 떠나 룰을 숙지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작년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올림픽에 오륜기를 달고 참가한 사례도 룰을 지키지 않은 결과이다. 선수들의 조직적 약물 사용을 방기한 러시아에 IOC가 철퇴를 내렸다. IOC의 엄격한 잣대는 금메달이라는 그 목적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룰을 지키지 않고 얻은 승리는 용인될 수 없다.

법을 수호하고 만드는 국회의원에게도 준법이란 승부를 가르는 선수들과 같이 더욱 엄중히 요구된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불법점거, 감금, 폭력, 공무집행방해 등 불법과 탈법을 서슴지 않았다. 국회의장실을 점거했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과 본청 의안과 등에서 회의 진행을 물리력으로 방해하며 법률안 자체를 제출 못하도록 막았다. 국회의 기본적 기능인 입법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킨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바른미래당 의원과 의안과 사무실 직원들은 감금당했고 공무원의 정당한 업무집행이 무력화됐다. 이는 정치적 행위가 아닌 심각한 업무방해일 뿐이다.

지난 4월의 국회 파행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패스트트랙을 자유한국당이 앞서 열거한 불법과 폭력으로 막아선 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국회선진화법 통과 7년 만에 또다시 국회를 망치, 몸싸움부터 최루탄 투척까지 난무했던 동물국회로 만들었다. 이번 한국당의 장외투쟁을 두고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가 사건의 책임을 상대에게 묻는 적반하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한국당의 이와 같은 명분 없는 장외투쟁의 본질은 황교안 대표의 자기 개인 실리 챙기기이다. 전국투어 하면서 전국적으로 지지층을 집결하고 야당지도자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기 선거운동하고 있는 셈이다.

명분이 없으니 장외에서 독재와 민주주의 파괴 운운과 같은 거센 말로 치장한다.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패스트트랙은 국회선진화법의 핵심적 내용 중의 하나이다. 발목잡기식의 식물국회, 폭력의 동물국회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또한 입법을 함께 주도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부정하고 정상적 입법과정을 마치 불법적 행위라 주장하고 있다. 국회를 불법과 탈법의 온상으로 만든 현행범이 오히려 성을 내는 겪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 서명을 넘어 180만에 달하는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을 똑똑히 보아야 한다. 입법저지와 장외투쟁으로 일관하며 국회를 정쟁의 수단으로만 삼다 급기야 폭력과 불법을 자행한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는 국민의 목소리이다.

지금의 장외투쟁은 장외선동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불법과 탈법을 국민께 사과드리며 조속히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밀린 일이 많다. 민생법안부터 강원산불·포항지진 등 재난지역 지원을 담은 추경안 처리가 걸려있다. 여기에는 미세먼지 저감, 선제적 경기 대응을 위한 예산도 포함돼 있다. 하남에서 하남시민의 뜻을 모아 일하는 정상국회에 참석하시기를 정중히 촉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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