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 이창근- 한국지역발전센터 원장 (전 서울대 교수)

4월 고용성적표가 발표되었다. 참담하기 그지없다. 제조업 일자리는 13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취업자수가 5만 2천여명이나 줄었다. 30대와 40대의 취업자 감소폭은 각각 9만여명 19만여명에나 달한다. 우리 경제의 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연일 변명과 남탓에 여념이 없다. 이념을 떠나 경제학자들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궤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4월 고용이 전년 동월 대비 17만여명 늘었다고 자화자찬이다. 더욱이 현상황이 희망적이라고까지 설명한다.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60세 이상 취업자수 증가가 전체 취업자 증가보다 약 2배 많은 34만여명에 달한다. 초단시간 취업자, 즉 주당 1~17시간 취업자 증가수가 36만여명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 부어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면 소비가 침체되고 이는 생산 감소로 이어져 다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제의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대화는 가히 충격적이다. “관료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틈만 주면 엉뚱한 짓을 한다”, 마치 지금의 부진한 고용, 소비, 투자, 성장 등 제반 경제성적표를 공직사회 탓으로 돌리는 겪이다. 이를 두고 공직사회의 주무관, 사무관, 서기관 등 실무진들은 부글부글 끊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주요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청와대, 여당은 큰소리친 것 말고 무슨 노력을 했나?”, “청와대, 여당이 대통령 공약이라며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한 게 버스사태 원인”, “청와대가 무리하게 밀어붙여 결론까지 다 정해놓고 공무원이 실무 준비 못한 탓이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시키지도 않은 걸 정부 부처가 했겠느냐” 등 청와대와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듯하다. 몇 백번이고 공감이 가는 말들이다.

  예전 필자가 청와대 근무하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관료사회의 보신주의 타파를 강하게 주문하면서 공직사회의 잘못된 문화를 바꾸기 위해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담당 공무원이 소신 있게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겠다” 며 오히려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에 주력한 것이다. 특히 규제개혁에 있어서는 더더욱 일선 담당 실무 공무원들의 소신 있는 자세, 적극적인 행정 해석을 주문했다. 장차관들에게도 소신 있고 적극적인 행정처리에 따른 문제가 발생해도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격려와 칭찬을 하도록 독려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는 역사가 다시 평가할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이 짧은 칼럼에서 이를 논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박근혜 정부에서는 관료사회로 정책 집행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사실, 이 사실만은 문재인 정부와 대조된다는 것을 밝히고 싶을 뿐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남탓 공방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때는 대외경제요인 탓, 때로는 야당 협조 탓, 언제는 대기업 탓! 언제까지 남탓만 할 것인지 참으로 한심하다. 집권이란 권력을 한데로 모아준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책임감 있게 국정운영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통감하란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국민들,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들은 더 힘들어한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하위 20% 계층과 상위 20% 계층 간의 소득격차에 따른 소득양극화 심화가 이를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지금이라도 남탓하기 전에 앞서, 잘못된 소득주도성장 정책 궤도에서 하루속히 경제학원론의 기본으로 복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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