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남미래발전위원회운영위원장·이학박사-최무영

 

지난해 김포공항에서 벌어진 해프닝! 102살의 연세에 아직도 또렷하게 정정함을 과시하고 계신 대한민국의 석학인 김형석 교수가 지방 강연을 위해 김포공항에 갔다가 벌어진 해프닝. 다른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발권이 다 이루어졌는데 김 교수만 빠졌더란다. 이유는 컴퓨터가 두 자리 숫자만 인식하기에‘1살’이라고 떴기 때문이었다. 1살짜리가 930회 이상 비행기를 탔기에 매니저가 당황해서 연세를 물으니 101살이라 해서 아연실색한 적이 있었다 한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비롯하여 군사정권과 민주화 과정을 거쳐 20세기를 관통하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몸소 현대사를 섭렵하며 살아왔다. 그동안 현자(賢者)로서 수많은 저서를 비롯하여 철학자로 아직도 후진 양성에 신명을 바치고 있다. 그런 분이 현실을 어떻게 보고 계실까? 이번에 중앙일보에서 취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그분의 혜안(慧眼)으로 본 우리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먼저,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가치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질적 가치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나 권력, 혹은 명예를 좇는 사람은 거기에서 행복을 찾지만, 만족이 없기 때문에 행복을 찾기가 어렵다. 소유욕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목이 마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허기진 채로 살다 보면 더 많은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 결과는 바로 불행이다. 우리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은데 행복할 수 없는 삶의 원인을 이기주의라고 단언한다. 이기주의는 그저 자신 앞에 주어진 것에만 집중한다. 자신만이 우선이고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다, 그런 이기주의 때문에 자신의 욕망이 앞서서 상대를 비판하고 결국 다툼이 생기면서 갈라지게 된다. 이기주의자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기 때문에 인격을 가지지 못한다. 인격은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선한 가치이다. 이기주의자는 그걸 갖추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기주의와 행복은 공존할 수 어렵다 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고질병이 되어버린‘진보와 보수의 무조건적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흑백논리’를 과감하게 깨뜨려야 된다고 한다. 흑백논리는 냉전시대가 낳은 잔유물이다. 그러나 1960년대로 넘어가면서 냉전시대는 없어졌고, 더는 좌파와 우파로 나뉘지 않는다. 좌파는 이제 진보로 남고, 우파는 보수로 남아 함께 살아가게 됐다. 이제는 하나는 살고, 하나는 죽어야 하는 세상이 아니게 됐다. 같이 살면서 누가 더 앞서느냐를 경쟁하는 사회가 됐다.

한국사회는 진보와 보수로 갈려서 마치 냉전시대처럼 서로 적대시한다. 우리나라의 진보는 민주주의에서 자라나지 않았다. 진보 세력은 주로 운동권 출신이다. 군사정권 하에서 주사파 혹은 사회주의 혁명론에 젖줄을 댔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라난 진보가 아니다. 그들의 사고는 아직도 냉전시대 흑백논리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정치인들이 고정관념이나 이기집단적 가치관을 극복하지 못하면 나라 발전은 물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열리지 않는다.

우리 편이 하는 건 선(善)이고 다른 편이 하는 건 악(惡)이라고 본다. 서로의 경쟁으로 어느 쪽이 더 나은가를 가름해야 하는데, 선과 악으로 편을 갈라 이전투구처럼 대립하고 있다. 권력만 가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수 의석을 가졌다고 뭐든지 힘으로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건 권력 사회다. 군사 정권이 그랬다. 그런데 여당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없는 흑백논리에 갇혀 전횡을 일삼는다. 국민보다 정권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과거에 붙잡히지 말고 미래를 위해 전진하는 현명함이 요구된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는 법이다. 우리의 이기주의로 정체나 단절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선택한 것은 5년으로 끝날 수 있으나, 국민이 선택하는 것은 반백년 이상 지속하게 됨을 강조 또 강조한다. 그동안 내놓은 정책이 현실에서 왜 제대로 먹히지 않은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열정의 뜨거운 가슴과 냉정한 차가운 머리로 살아가야 한다. 아직도 진리에 대한 그리움과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현자(賢者),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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