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남미래발전위원회 운영위원장·이학박사- 최 무 영

광복회가 또 들썩거린다. 그 중심에 광복회장이 있다. 안 그래도 광복회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광복회는 나라와 겨레를 위해 몸을 던진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단체로, 국민화합을 선도하고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회장이 정치적 중립을 외면한 채, 느닷없이 친일 청산을 해야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면서 적극적인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현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적폐청산에 친일 청산을 내세우며 절대적인 동조를 하면서 국민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고 있다.

이런 그의 일탈에 8,500여 명의 회원 중 일부 동조하는 세력도 있지만, 강하게 거부하는 세력으로 양분되면서 사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공식행사장에서 멱살잡이가 벌어지고, 가해자가 제명당하는 사건에 이어 근래에는 또 다른 회원이 회장실에 오물을 투척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해방 이후에 들어온 소련군은 해방군이었고, 미군은 점령군이었다”고 발언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여권 대선후보가 그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정치적인 불씨를 지폈다.

광복회는 여야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정치판과 같이 회장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이전투구처럼 싸우고 있다. 회장의 말이 문제가 되자 광복회는 1일 공식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통해 회장을 두둔하고 있고, 다른 한편은 회장 탄핵을 부르짖고 있다. 한편, 보다 못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역사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주장을 하고 나섰다. 즉, “당시 철저한 행정문서였던 맥아더사령부 포고문에 적시된 내용 중에 역사적인 진실이 담긴 내용을 쏙 빼고 자신의 생각에 유리한 문구만 채택하여 점령군 운운한 것이다. 심각한 역사외곡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 지사가 “나라가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비록 군정이었지만, 당시 정부를 구성하면서 삼부요인은 물론 장관직 대부분이 임시정부 요인이거나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구성된 것만 보더라도 그의 말에는 분명한 어폐가 있다. 국가를 운영하고 책임지겠다고 나선 사람이 편향된 역사외곡을 일삼는 다면 나라의 장래가 염려될 뿐이다. 그래선지 이번에는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가 “셀프 역사왜곡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고 있다.

광복회장의 망언으로 촉발된 역사왜곡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깊이를 무시한 채 자신의 이념과 부합되는 해석으로 편향된 국가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이처럼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탈이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그는 독립유공자 후손의 지위를 차지하게 한 부모의 독립운동가 의혹의 진상조사를 의뢰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루어지기에 이르렀다. 부모의 독립유공자 공적 조서에 명기 되어있는 아버지의 의혈단 입단 활동 근거가 없고, 조선 혁명당에도 명단이 없으며, 어머니 또한 두 살 많은 이모의 독립운동 활동을 도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건의를 받아들여 보훈처에서도 조사에 들어갔다고 하니 조만간 진실이 밝혀질 테지만 그것보다 그의 행동과 과격한 말이 그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일제 강점기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지식인을 비롯한 백성을 싸잡아 친일의 굴레를 씌워 친일청산을 내세워 매도하기를 서슴지 않은 데 있다. 광복회 태동의 모체인 광복절 경축식 축사에서 친일 인사들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것을 비판하며 ‘파묘’까지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통한 국민통합을 우선해야 할 광복회가 국론분열에 앞장선 결과라 할 것이다. 공과는 역사적으로 평가되어야 함에도 역사자체를 왜곡하면서 편향된 자세를 고수하고 있는 그의 일탈이야말로 현 정권과 역사를 함께하면서 사라질 명분을 스스로 쌓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광복회는 조국의 독립을 향한 오직 하나 된 마음으로 자신을 바친 분들을 기리며 만들어진 범국민적인 조직이다. 민족을 이간시키는데 앞장선 친일파를 청산해야 한다는 데는 반대가 있을 수 없다. 문제는‘친일청산’이라는 정치적인 구호로 분란을 일으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편 가르기와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곧 목숨 걸고 지킨 독립운동 정신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광복회 힘의 원천인 독립운동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 지를 돌아봄으로써, 독립운동가의 희생으로 되찾은 나라를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광복회의 진정한 정체성을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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