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남미래발전위원회 운영위원장·이학박사- 최 무 영

 독일은 1990년 서방의 서독과 공산치하의 동독이 통일되면서 세워진 연방공화국이다. 독일(서독)은 과거 우리가 기아에서 허덕일 때 최초의 차관을 해줘서 경제부흥의 숨통을 뚫어 준 나라다. 우리나라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제를, 독일은 내각을 중심으로 한 총리제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의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지만 상징적이며, 의원내각제에서의 행정부 수반의 권한은 총리가 전권을 가지고 국가를 경영하고 있다. 오늘 지도자가 국민을 생각하고 대하는 자세와 더욱 효율적인 국가 경영을 위해 필수적인 대 국민 설득 방법에 대해 독일과 우리나라 지도자의 차이를 살펴봄으로써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의 세 번째 파동을 앞둔 조치의 일환으로 부활절 전 목요일과 토요일도 휴일로 정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 조치가 국민적 반대에 부딪히자, 발표 이틀 만에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대국민사과를 강행했다. “실수는 실수라고 인정해야 하고, 무엇보다 실수는 고쳐야 합니다.”라고 하며 메르켈 총리는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당시 16명의 주지사의 의결로 결정된 조치였기에 그들이 혼자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극구 만류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내 잘못”이라며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런 메르켈 총리는 정치보다 국민을 걱정하는 진정성을 국민의 가슴에 새겨졌기에 심각한 코로나 정국에서도 지지율 70%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그동안 유세하듯 K방역 성공을 자랑하면서 코로나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그래선지 지지율 3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담백하고 솔직한 화법과 문 대통령의 자화자찬을 앞세운 미사여구 나열에 불과한 연설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국민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지도자인가, 아니면 표 계산을 앞세운 정치인인가를 가늠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잘한 건 화려하게 포장하지만, 잘못한 건 좀체 드러내지 않고 묻어 두는 스타일이다. 과거에는 통했지만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국민이 정부의 잘잘못을 꿰뚫고 있기에 결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요즘같이 국민적 불안과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정치적인 접근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노력과 설득이 필요하다. 맹목적인 자화자찬은 국민적 식상함과 불신만 쌓이게 할 뿐이다. 반면, 독일 메르켈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국민과 소통한다. 낯 간지러운 자화자찬이 없기에 신뢰감이 더 생기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임기 만료 9월 전에 전 18년 장기집권 대장정의 종지부를 찍는다. 그녀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 우선의 행보가 국민의 주목을 받았고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추앙 받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아직도 선거유세 하듯 정치적인 말만 되풀이하는 문 대통령과는 그 존재감 자체가 다르다. 지지율 70%와 30%는 숫자 크기의 차이도 있지만, 지도자의 최우선 덕목인 국민 중심으로 국민을 지키는 지도자인가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임기가 6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모든 국가경영을 지도부에 맡기고 일반 국민으로 돌아갈 준비를 미리 했다. 탄핵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용단이었다. 그녀의 단호한 일성, “퇴임 후에는 어떤 직책도 맡지 않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소임을 다 하겠다”라는 결심에서 그녀의 참모습이 그려진다. 동독 출신의 메르켈 총리는 18년 동안 능력, 수완, 헌신 및 성실함으로 8천만 독일인들을 이끌었다. 그가 집권 하는 동안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을 이룩했다. 그동안 국민에게 지탄받는 위반과 비리는 물론 없었고, 평범한 아파트에서 살았고 별장, 도우미, 정원도 없었다. 그래서 퇴임하겠다는 발표가 있자, 모든 국민은 박수로 안녕을 빌며 환송했다. 우리는 상상도 못 할 일이기에 메르켈과 독일국민에 대한 존경심이 생긴다.

이제 퇴임 몇 개월 남지 않은 문 대통령도 그동안의 국가 경영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통해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는 담대한 시도가 필요할 때다. 뼈를 깎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정권연장의 초석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지도자가 국민통합을 이룩할 수 있고, 더욱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교훈을 본받는 지도자가 필요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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