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장은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

기고/사단법인 위례신도시 시민연합 공동대표-김광석

2025-11-18     하남신문

오늘 하남시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단어는 소통이다. 행사장, 축제, 간담회, 홍보 콘텐츠, 프레젠테이션에서 시장은 늘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그 말의 울림과는 거리가 멀다.

시장에게 소통은 무대에서는 선명하지만, 고통의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선택적 소통이었다. 말은 있었지만 귀는 없었고, 설명은 있었지만 책임은 남지 않았다.

위례 도면 위의 선들은 깔끔하지만, 주민의 삶은 찢겨 있다

위례는 하나의 생활권으로 계획된 도시이지만 행정은 송파·성남·하남으로 나뉘어 있다.

교육, 복지, 세금, 행정, 교통에서 불편과 차별이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으며, 주민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동의청원, 기자회견, 서명운동, 직접 행동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서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시장은 주민의 절박함이 있는 자리에는 보이지 않았다.

행정은 도면 위의 선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주민은 매일의 생활을 통해 그 선을 넘어 살아간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삶의 단절이다.

정치인은 박수 받는 자리에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편과 부담의 자리에서 서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시장은 주민이 가장 강하게 요구해 온 행정구역 통합 문제에서 공개 토론, 공식 입장, 책임 있는 대화를 피했다.

축제장에서는 환하게 등장했지만, 고통의 현장에서는 조용한 부재가 반복되었다.

주민이 바라는 것은 시장의 등장 사진이 아니라, 불편과 함께 서는 책임의 의지이다.

위례신사선 하남 연장 보여주기식 노력인가, 실제 전략인가

위례신사선 하남 연장 문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 확충이 아니라, 위례 주민의 생활권 정상화와 미래 가치 보장에 직결된 핵심 과제다.

그런데 이 사업은 하남시 자체 분석에서 BC(비용 대비 편익)가 약 0.7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통상적인 노선 추진 기준인 1.0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즉 현행 기준에서는 사실상 사업 추진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사전에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남시는 마치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대외적으로 보도하고, 일부 주민들은 이를 긍정적 진전으로 오해하도록 만드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시도가 의미 없었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사업성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면, 단순히 대광위 방문 및 전달 행위로 끝낼 것이 아니라, 현실적 플랜과 대체 전략을 동시에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이 기대하는 것은대광위에 다녀왔다는 행정 보고가 아니라, 사업성의 장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지, 추진 방식의 전환 가능성은 무엇인지, 대안 노선 또는 대체 교통 전략은 무엇인지, 정치·재정·제도적 협상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이다. 행정의 희망은 홍보 문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플랜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것, 그리고 동시에 실행 경로를 제시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책임 있는 공공 리더십이다.

감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며, 그 시작은 투명한 설명이어야 했다

감일에서 벌어진 동서울변전소(HVDC) 증설 문제 역시 위례와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었다.

주민들에게 이 사안은 결코 기술적 안전성만 판단하는 문제가 아니며, 단순히 전력 설비가 어디에 놓이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문제는 아이의 건강, 부모의 불안, 집의 미래 가치, 삶의 안정감, 그리고 다음 세대의 존엄과 권리까지 연결된 문제였다.

그러나 이 중대한 사안을 대하는 행정의 태도에는 주민을 삶의 주체로 대하는 시각보다 법적 절차만 충족하면 충분하다는 행정 편의주의가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주민이 알고 싶었던 질문은 단 하나였다.“무엇이, 언제, 어떤 이유로, 어떤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가.”그리고 그 질문에 가장 먼저, 가장 명확하게 답해야 했던 사람은 누구보다 시장이었다. 하지만 주민이 마주한 현실은 정반대였다. 핵심 정보는 선제적으로 공유되지 않았고, 주민은 행정 정보를 스스로 추적하는 방식으로 사실을 확인해야 했으며, 공식 설명보다 주민의 탐색과 제보가 더 빠른 상황이 되어버렸다.

행정은 공람 공고 절차를 거쳤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게시 행위가 곧 의사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이 묻는 것은 절차를 했는가?”가 아니라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가?”, “누구에게 책임을 두고 설명했는가?”이다.

진정한 공적 리더십이란, 문제가 발생한 뒤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함께 정의하는 것이다.

만약 시장이 상황 초기부터, “이 사안은 쉽지 않은 만큼, 우리는 함께 대응해야 합니다

라고 단 한 문장만이라도 공개적으로 말했다면, 행정은 주민에게 의심의 대상이 아니라 동행자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기는 지나갔고, 설명의 타이밍도 늦었으며, 주민은 정책 결과보다 왜 우리는 나중에 알게 되었는가라는 상처를 더 깊게 기억하게 되었다.

정책의 옳고 그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정이 어떤 태도로 접근하는가이다.

절차 중심 행정은 기록을 남기지만, 책임 중심 행정은 신뢰를 남긴다.

과장된 청사진, 희미한 결과

K-스타월드, 캠프 콜번, 기업 유치, 자족단지, 각종 미래 비전 사업

민선 8기 동안 발표된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분명 거대했고, 화려했고, 때로는 꿈처럼 들렸다. 그러나 시민이 행정을 판단하는 기준은 발표의 크기가 아니라 현실의 변화이다.

행정은 포스터와 브리핑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로 평가받는다.

겉으로 보이는 비전이 아무리 거창해도, 그것이 지금의 삶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청사진은 아직 행정의 목표가 아니라 홍보의 문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주민은 결과를 독촉하는 것이 아니라, 정직한 설명과 책임 있는 소통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요구는 행정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기준이며, 책임을 묻기 위한 정당한 시민의 권리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분명히 말한다

정치는 당선의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선 이후에 비로소 시작된다.

행정은 쉬운 과제 앞에서가 아니라, 가장 어려운 문제 앞에서 정의된다.

우리는 하남시의 시장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위해 정치를 하는가, 아니면 주민을 위해 정치해야 하는가?

그리고 다시 묻는다.

사진을 위해 현장에 서는가,아니면 주민의 고통을 직시하기 위해 서는가?

우리는 분명히 선언한다.

우리는 행정의 배경이 아니며, 우리는 정책의 객체가 아니라 정책의 주체다.

우리는 분열을 유도하는 정치, 희망을 소모시키는 행정, 책임을 회피하는 리더십을 원치 않는다.

우리가 바라는 시장은 단 한 사람이다.

진실을 말할 줄 알고, 어려운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으며,

책임의 최전선에 서는 사람. 그것이 곧 주민의 이름으로 선택받은 지도자의 조건이다.

정치는 말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