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강병덕 - 더불어민주당 (전)정책위부의장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있다. 5월 농부들은 땀으로 등거리가 마를 날이 없지만, 8월 농부들은 여름날의 수고로 신선처럼 즐거울 수 있다는 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속담이 말해주듯 추석은 그만큼 좋은 절기의 명절이다. 또 추석은 한 시인의 고백처럼 삶의 고된 여정에서 때론 뒤돌아보며 미소 짓게 하는 우리들의 “첫 사랑이고 친구이자 쉼터”(김사빈의 時,“추석은”)이기도 했다. 지친 기억을 뒤로하고, 반가운 추억들과 만나고, 송편을 빚고 차례를 지내고, 그저 반가운 가족들과 한 때나마 둘러앉을 수 있는 행복. 더도 덜도 아닌 그 정도, 그만한 풍요! 이것이 한가위 보름달빛의 진짜 의미가 아닌가 싶다.

이렇듯 반가운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연휴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쉼을 찾으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전쟁을 치르듯 보낸다. 추석이면 “행복하고 넉넉한 명절 보내세요.” 라고 덕담을 주고받지만, 정말 행복한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최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기혼여성 81.1%, 기혼남성 74.1%가 명절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2018년 9월 13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명절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했고, 이후에도 “명절 대신 공휴일을 늘려 달라”는 청원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아내가 조선시대의 며느리로 돌아가는 날, 아내가 가위에 눌리는 날, 명절이 아니라 아내들의 노동절, 몇 시간 남짓 걸리는 길이지만 실은 수십 년, 수백 년을 거슬러가는 길”로 추석을 풍자하기도 한다.

지난해 추석연휴 다음 달인 2018년 10월 접수된 이혼소송 건수는 3374건으로 전달인 9월 2616건보다 29%가 늘었다.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고, 올해는 또 얼마나 증가하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오죽하면 명절을 두고 “명: 명석하지 않으면, 절: 절교하게 되는 날”이라고 하겠는가.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전근대적인 추석문화에 대한 여성들의 농성이고 시위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시대·세대·사회의 빠른 변화과정 속에서 추석을 맞이하는 우리 국민들은 이처럼 큰 몸살을 앓고 있다. 모든 가족이 손꼽아 기다리는 즐거운 날(嘉一) 추석 명절이 이처럼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추석은 바쁘고 파편화된 현대사회에서 흩어져 있는 가족을 다시 모으고 연결하는 귀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이제 추석에 새로운 문화의 옷을 입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를 통해서만 비로소 우리 민족의 오랜 명절 추석이 현대인에게도 반가운 축제의 장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가족이 함께 해야 추석이 즐거워진다.

특히 남자들의 솔선이 사뭇 중요하다. 가사노동은 더 이상 여성의 몫이 아니라는 사회의 보편적 인식을 당연히 명절에도 공유해야만 시대에 걸 맞는 명절문화, 모두가 풍요로운 명절이 안착될 수 있다.

용기와 격려의 말을 건네야 추석이 즐거워진다.

친지들의 잔소리는 명절스트레스의 또 다른 주범(73.4%)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결혼, 취업, 연봉, 외모 등에 대한 부정적인 질문은 하지 말자는 캠페인이라도 벌이면 좋을 듯싶다. 굳이 건네야한다면 부정이 아닌 긍정, 용기와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추석비용을 가족기금으로 대신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명절스트레스를 제공하는 두 번째 요인(36.9%)이 바로 추석비용이다. 때문에 가족의 합의하에 매달 가족기금을 하고, 마련된 가족기금을 명절비용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다. 과한 명절선물과 허례허식을 걷어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명절과 관련된 문제들을 각 개인 또는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그 예방과 해결에 소홀한 경향이 있었다. 이제 병을 더 키우지 말아야 한다.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명확하게 진단하고 해결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과 홍보, 지원을 통해 시대에 걸 맞는 추석문화가 안착되도록 도와야한다.

추석은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가치를 지켜냄이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나치게 전통과 형식에 얽매여 고통 받고 부당함에 분개하기보다는, 잔뜩 짊어진 세대의 짐, 가족의 짐, 아내의 무거운 짐을 홀가분하게 덜어 주었으면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보름달처럼 크고 둥근 마음, 크고 둥근 이해와 존중이 가득하면 좋겠다. 모두에게 반가운 추석으로 다가오면 좋겠다.

이번 추석은 고향을 찾아 기쁜 해후를 만끽하며, 더 나은 내일, 새로운 소망과 꿈을 설계하는 기회의 장, 사랑과 에너지를 충전하는 가족 축제의 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내듯이, 새로운 문화의 옷을 입히는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우리 하남시민 모든 분들에게 많은 웃음과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추석 명절을 두 손 모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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