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최무영 /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수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하루아침에 바꾸게 할 수는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일 뿐이다. 내가 상대를 용서하는 순간, 나 자신을 과거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그러나 용서하지 않고 마음속에 분노를 계속 담고 있으면 영원히 과거에 얽매어 자신을 어둠 속에 가두어 두게 된다. 그리고 끝내 용서하지 않는 다면, 결국 우리는 그 사람의 행동에 구속 받으며 인생의 주도권을 그에게 넘겨주는 꼴이 되고 만다. 따라서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라도 용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용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주는 사랑의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용서는 상대를 위한 배려라기보다 나를 위한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용서는 피해를 본 내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용서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몰라서 못하고, 알면서도 안하는 것이 용서이다. 그러나 용서하면 행복해 진다. 선택되지 않은 용서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도리어 해가 된다. 왜냐하면 용서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통과 분노에 단단히 매여 있는 내 자신을 자유롭게 하기 위함이고, 복수하고 싶다는 자신의 갈망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용서는 내 자신 속에 꿈틀거리는 분노, 원망, 자멸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돕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용서를 통해 그런 마음의 상처와 병을 치유해 줌으로써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해 준다. 그러나 용서는 누구에게나 다가오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용서이다.


  얼마 전 김수환추기경님께서“나는 바보다!”하시며 선종하셨다. 그 말씀은 용서와 화해, 화합을 모두 함축하신 표현이라 하겠다. 또 노무현, 김대중 두 분 전 대통령님들께서도 “모두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말씀을 남기며 영면하셨다. 그분들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도 이제는 서로를 보듬고 용서하는 일을 몸소 실천해야 할 때이다. 한 시대를 이끌어 가신 세분 지도자께서 공교롭게 이구동성으로‘용서와 화해, 화합’을 남기신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도 앞으로 더 큰 희망과 밝은 미래가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해 준다.


 용서란 말을 생각하면 내 가슴 속에 늘 담겨져 있는 말씀이 있다. 내가 하남성당에서 영세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신부님께서 강론말씀으로“용서를 하려면 모든 앙금을 다 털어 내야 한다. 용서하는 그 순간 백지와 같은 순결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용서를 한다고 하면서‘앞으로 그러지 마라’‘다음에 또 그러면 절대 용서 안 한다’라고 찌꺼기를 남긴다면, 그것은 이미 용서가 아니다”라는 말씀에서 항상 진정한 용서의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용서, 그리고 누구나 해야 하는 용서,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용서, 그런 용서를 이제 한마음으로 실천할 때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찌꺼기가 남아 있는 용서는 용서가 아님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앙금을 다 털어 내는 진정한 마음의 용서로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꾸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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