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조경학과 졸업 후 개인적 인연을 따라 1982년부터 도시계획분야 업무에 종사하게 되었고, 관련 도시계획기술사 자격을 취득하고 2023년 현재까지 현장에서 도시계획 일을 하고 있다.

필자가 하남시에 정착할 때는 1984년으로 광주군 동부읍 덕풍리에 처음 정착한 그곳에서 지금도 살고 있다. 하남에 40년 가까이 살면서 도시변화과정을 지켜봐 왔으며, 또 15년간을 하남시 도시계획 심의위원에 참여하게 되어 하남시 도시계획 정책과정도 모니터링하게 되었고, 하남시 공직자와 하남 도시발전에 대한 고민을 같이하게 되었다.

나의 직업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도시계획시설계획, 지구단위계획, 도시재개발 사업계획, 도시개발 사업계획 등에 관한 보고서 작성과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80~90년대에는 국토계획 중 도 종합계획 등 지역계획도 도시계획업무에 포함되기도 했다. 지난 세월을 더듬어 보면 우리세대를 단군 이래 최고의 행운아라고 했듯이, 나도 수백 건의 업무에 참여하고 위 열거한 모든 업무를 수행해 본 행운을 얻었다. 누군가는 ‘도시는 선이다’라 했다. 오래 전에는 도시의 선을 Line으로 인식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선은 Line이 아니라 Boundary 즉 경계를 확정하는 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도시계획은 도시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 소비활동, 위락활동을 파악하고 예측하여 도시공간에 담아내는 절차와 과정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은 정답이 없다고 본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만들어내는 활동을 공간에 담는 도시계획의 결정은 절차와 과정 속에서 다양한 활동주체와 협의와 조정을 거쳐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도시 계획가는 법과 규정 그리고 지침을 토대로 사회․문화․경제적 환경과 장래수요 변화 등과 공간계획에 따른 긍정적, 부정적 파급효과들, 특히 선진사례와 경험을 고려해서 경계선을 정하고, 공간을 구획하는 선을 제대로 그어야 한다.

종전에는 도시계획가의 역할은 발주처의 과업지시에 따라야만 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종전의 도시계획법과 국토이용관리법을 합하여 2000년도 초에「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발령하면서 그 역할이 능동적으로 변화되었다. 이 법에는 민간제안 도시계획사업을 도입한 것이다. 지구단위계획에 의한 아파트개발사업, 각종 도시계획시설인 학교, 사회복지시설, 청소년수련시설 등 도시계획시설 사업을 토지면적의 66.7%, 또는 80% 동의를 받으면 민간이 도시계획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그것이다. 이 법 이전에는 민간부문에서 도시계획 입안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도시계획가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 법 시행부터 도시 계획가는 민간부문을 대변하는 도시계획 변호사역할을 담당하게 되었고, 나는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를 개설하고 민간제안 도시계획업무만 수행해오고 있다.

국계법이 발령한지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민간 도시 관련 사업에 도시계획가의 역할이, 도시계획가의 희소성과 민간부문사업에 대한 배타성으로 두드러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계획 사전협상제도’, ‘민간제안 지구단위계획’, ‘도시개발사업’ 등 민간제안사업에 협상가로서 도시계획가의 역할은 대체할 수 없으므로, 도시계획가가 민간사업 주체를 변호하는 협상가로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역량제고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도시계획 업무에 종사하면서 다른 도시들의 정책결정 과정에 함께 해 본 경험은 자산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한 사람의 소신과 열정이 불가능하다고 포기한 정책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시민을 설득하고 정치력을 발휘해서 실현가능하게 도시를 획기적으로 바꾼 사례들도 알게 되었다. 그 모든 노력들이 지역의 도시경쟁력을 제고하고, 대한민국을 발전시켰다고 생각한다.

하남시에 도시계획기술사 사무소를 개설한지 20년이 지난 2022년에 들어서면서, 도시계획가로서 활동한 40년 세월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점검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에게 2022년은 도시계획가로서 미래세대를 위하여, 새로운 환경에 맞는 비젼을 세우는 담론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자성의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직업적 관점에서도 다양한 활동의 변화에 대처하는 새로운 프로젝트개발과 급격히 변화하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에 맞는 계획적 대처 능력도 제고할 필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2022년 초겨울 최봉전 이사장을 만나게 되었다. 밝은미래하남 설립취지와 정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스터디 하면서, 하남 관내에서 정치활동이 아닌 순수한 민간영역의 시민활동 주체로서 발전할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뜻에 동참하게 되었다. 필자가 40년간 도시계획업무에 종사해 오면서 경험한 도시계획 DNA가 민간과 정부 또는 지자체와 갈등을 중재‧조정하는데 협상가,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 아래 밝은미래하남의 회원이 되기로 했다.

향후 하남시의 미래 신도시계획이나 과거 재개발‧재건축계획과 현재의 용도지역변경, 도시개발사업 등에 관하여 밝은미래하남이 그 일익을 담당하길 기대하며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

도시계획업무에 발을 들여놓은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내 길을 돌아보니 도시계획은 선이고 그 선은 ‘길이다’라는 점도 깨달았다. 나의 도시계획은 ‘길 없는 길을 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답설의 시 “눈 밟고 들 가운데 걸어갈 적엔/ 모름지기 어지러이 걷지 말아라/ 오늘 아침 내가 간 발자국들이/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를 마음에 새기며 밝은미래하남과 함께 가는 길을 올곧게 준비하고자 한다.